2007년 6월 1일(금) 9:11 [헤럴드생생뉴스] |
<기획>우리 사회 중산층 있나?…박탈당한 중산층의 꿈 |
중산층. 남들 받는 만큼의 연봉에 작은 집, 아내, 그리고 내 아이들.
김기환(가명ㆍ37) 씨의 소박한 꿈이다. 그는 지방출신 솔라이트(Seoulite)로, 스카이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사회생활 10년 차, 중견회사 과장이다. 2002년, 김 과장이 30대 초반일 때만 해도 남들처럼 집사서 가정 꾸리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생활에서 달라진 건, 짐짝같이 무거워진 나이에 늦장가로 가정을 꾸린 것뿐이다. 월급봉투의 5분의 1을 까먹는 세금과 준조세, 속없이 치솟는 기름값과 생활물가, 때 되면 올려줘야 하는 전세금까지…. 연봉 4000만원으로 의ㆍ식ㆍ주를 해결하고 나면 채 1000만원도 남기질 못한다. 그나마 3년 전엔 주식투자로 생살 같은 돈 5000만원을 날렸다. ‘배’ 단위로 뜀박질하는 아파트 값 앞에 내집 마련은 남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독립군(자수성가) 신세에 무슨 집. 대출이자 안 무는 게 어디냐”고 자위하며 10년째 전세투어 중인 김 과장.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이른바 ‘중산층다운 삶’을 살기엔 여기저기 결격사유 투성이다.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전형인 그는, 무슨 특별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래서 늘상 푸념이다. “사는 꼴이 늘 왜 이 모양인지…”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산층의 가정경제 만족도는 참여정부 초ㆍ중반기인 2004년부터 3년 연속 40%대를 밑돌았다. 내 생활에 만족을 느끼기보다 헛헛한 마음뿐인 사람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지난 2003년 52%에 달했던 중산층(월소득 기준 200만~499만원) 비중도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49%)로 줄었다. 저소득층이 지난 2005년 처음으로 만족도 20%를 돌파한 이후 2년 연속 올랐고, 상류층도 같은 해 처음으로 60%를 웃돈 조사 결과와는 대조적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도시근로자 중 5분위(소득 상위 20%) 계층은 지난 4년(2003~2006년) 동안 월소득이 37% 올랐지만, 같은 기간 중산층에 해당하는 2~4분위 계층의 소득은 33% 오르는 데 그쳤다. 갈수록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 전반에 양극화 현상이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가 상류층과 (저소득층을 포함한) 서민층으로 뚜렷이 재편되고 있다. ‘잘살거나 혹은 못살거나’의 이분법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산층’이란 표현이 이제 죽은 말처럼 들릴 때가 많다. “80대20의 법칙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됐습니다. 고객들을 관리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수준은 최소 90대10, 아니 95대5로 봐야 할 정도입니다. 우리 사회에 허리역할을 하는 계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죠.”(분당시 야탑동 PB 관계자)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중산층들은 수년째 날개도 없이 추락만 하는 것일까.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단기적으론 최근 몇년간의 경기침체,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양극화 현상이 중산층을 신빈곤층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참여정부의 경제ㆍ사회정책이 지나치게 저소득층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고 “중산층의 파워를 되살리려면 성장과 시장, 일자리 등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경제회복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장려세제(EITC),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 각종 사회복지정책이 참여정부하에서 집중적으로 추진ㆍ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중산층들은 세제 등 정책 수혜 대상에서 철저히 소외당해 왔다. 재경부 이재영 복지경제과장은 “정부도 중산층 몰락(M자형 분배) 현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경제활성화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지원과 함께 중산층이 잘살 수 있는 경제활성화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email protected])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